

나는 보호종료아동입니다
연대의 풍경을 상상하며 보호종료아동과 아름다운재단이 2019년부터 함께한 도전이 <열여덟 어른> 캠페인입니다. 보호종료아동 당사자 여섯 명의 캠페이너가 각각 당사자미디어, 미디어 패러디, 보육원 강연, 패션 디자인, 동화책, 캐릭터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편견과 동정의 대상이 아닌 꿈을 찾고 있는 보통의 청년, 다만 자립정착금 500만 원을 쥐고 누구보다 빨리 어른이 돼야 했던 보호종료아동. 그들이 편견과 차별을 겪지 않고 동등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낸 당사자 캠페이너와 그들의 목소리에 응답한 캠페인 기부자를 만나보았습니다.
당사자 캠페이너
자립에 나선 보호종료아동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보호종료아동 당사자로 2년째 아름다운재단과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신선 캠페이너.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활동가 ‘아동자립전문가’를 꿈꾸는 그는, 편견 가득한 미디어 속 보호종료아동 이야기가 늘 이상했습니다. 그래서 당사자미디어를 기획해,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통로 삼아 ‘있는 그대로’의 보호종료아동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간혹 사람들이 당사자로서 자신을 드러내는 게 괜찮은지 조심스레 묻습니다. 두드러진 스포트라이트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그는 예상외의 상황을 알립니다. 이렇게 마이크를 쥐고도 닿지 못해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걱정된다고요. 여러 지원제도를 전혀 이용 못하는, 세상의 편견에 둘러싸여 연락을 차단하고 상처받은 채로 고립된 사람들에게 닿고 싶답니다. 그리고 되묻습니다. 쉽지 않은 이 길을 동행해 주겠느냐고. 과연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로 나아가는 어떤 길을 함께 걷자는 이야기일까요. 궁금하다면 이제부터 시작할 신선 캠페이너의 진솔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A. 2019년에 아름다운재단으로부터 보호종료아동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는데 캠페이너로 활동해 볼 의향이 있느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제 블로그에 보호종료 직후 제가 경험했던 것들, 500만 원 주고 세상에 나와 살아야하는 안타까움을 써놨는데 재단에서 기획하는 캠페인과 결이 맞는다고 제안을 주셨던 거예요. 장학사업을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캠페인까지 진행하는지는 몰랐고 제안에 기뻤어요. 보호종료아동을 돕고 싶다는 꿈을 이룰 통로가 생긴 것 같았거든요. 진행과정도 특별했어요. 정해진 기획을 제게 이야기 하기보다 “선이가 잘하는 게 뭐야?” “좋아하는 게 뭐야?” “어떤 식으로 캠페인을 계획하면 좋을까?” 처음부터 제 의견을 많이 묻고 함께 기획한다는 것이 좋았어요.
A.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한쪽으로 치우친 인식은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그렇게 밖에’ 보여 진 게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들의 인식을 어떻게 한순간에 바꾸겠어요.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름다운재단에서 열여덟 어른을 지속가능한 캠페인으로 결정하고, 그 과정에 제가 다시 한 번 참여할 수 있게 돼서 기뻤습니다.
A. 가장 큰 변화는 ‘보호종료아동’라는 단어를 아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거예요. 정부지원뿐아니라 민간에서도 보호종료아동의 존재를 인식하고 지원하는 사업이 많이 생겨나고 있고요. 2018년에 제가 블로그에 글을 쓸 때와는 확연히 달라요. 작년에는 매월 30만 원씩 자립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됐죠. 무엇보다 당사자들에게 따뜻한 마음과 용기가 움트는 게 느껴져요. 캠페인 활동하면서 영상촬영물이나 콘텐츠에 댓글이 많이 달려요. 얼마 전에 “신선 씨의 이야기 듣고 용기를 얻었다. 이야기해줘서 고맙다. 앞으로 자립생활 잘 이어가겠다.”는 댓글이 달렸는데 제게 굉장한 응원이 됐습니다. 당사자들이 ‘이게 꺼내도 되는 이야기구나’, ‘나도 위로받아도 되는구나’ 생각하는 게 가슴 뛰고 설레고 뭉클합니다.

<열여덟 어른>캠페인 보호종료아동 당사자 캠페이너 신선
A. 보건교육, 성교육, 경제교육, 소방교육 등 질리도록 교육을 많이 받았어요. 단체로 하는 집체교육이라 지루했죠. 저는 좀더 자기-주도적으로 경험하는 활동이 교육 커리큘럼으로 포함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를테면 금융교육은 정말 많이 받았지만 시설에 살면서 은행에 가본 적이 별로 없어요. 선생님이 항상 해주시니까. 그러다보니 나중에 은행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고 그게 참 이상한 감정을 수반하더라고요. 물어보기 민망하고 어쩐지 소외된 것 같고. 그래서 저는 시설에 있을 때, 그 안전한 공간에서 누군가한테 스스럼없이 물어보고 이것저것 실행하고 만약 실패하더라도 툭툭 털고 일어나는 걸 반드시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A. 캠페이너로서 늘 얘기하는 게 커뮤니티의 활성화예요. 고등학교나 대학에 가는 것, 또 대학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 평범하지 않아요. 부모를 포함한 소위 ‘어른’이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내 고민을 누군가 들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하는데, 그런 공간이 참 없어요. 커뮤니티가 있다고 해도 지역별로 소규모로 있는 거라 답답하기도 하고. 더 많은 친구들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시설 퇴소하면서 치열하게 살아갈 때마다 심리적인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잠깐 쉬면서 이야기 나눌 그런 공간이요. 그러려면 당사자들이 용기를 내고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줬으면 좋겠어요. 물론 마음을 여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 시설에는 아이들에 비해 돌봐주시는 선생님이 턱없이 적거든요. 한 분이 담당하는 아이가 대략 열다섯 명이니까 사랑 혹은 관심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때문에 소외와 결핍을 느끼기 쉽죠. 그 상황에서 무기력이 학습되면 보호종료 후에도 먼저 손을 내밀기 어렵고요. 그 상황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합니다. 어떤 두려움을 느끼는지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더 용기를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열여덟 어른>캠페인 보호종료아동 당사자 캠페이너 신선
캠페인 기부자
내일의 희망 <열여덟 어른> 캠페인에 기부하다

<열여덟 어른>캠페인 김관욱 기부자

<열여덟 어른>캠페인 김관욱 기부자와 신선 캠페이너